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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장르물 배우들 (2)

by moomoobba 2025. 9. 1.

드라마 '카지노' 관련 이미지

2020년대 들어 한국 드라마는 스릴러·액션·범죄·판타지 등 장르물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으로 승부하는 스타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로맨스와 가족극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물에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중에는 빼어난 캐릭터 해석력과 연기 내공을 갖췄으면서도 오랜 기간 조연으로 활동하다가 빛을 본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르물을 통해 개인의 연기 인생을 바꿔낸 것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배우가 된 한소희, 손석구, 이정은, 류준열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소희 - 멜로에서 액션과 괴수 장르로

한소희는 2020년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처음에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년)에서 불륜 상대 역으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한소희는 그러나 이후 여러 작품 활동을 통해 ‘부부의 세계’ 속 캐릭터가 배우 한소희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 중 하나였음을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 네임’(2021년)입니다. 한소희는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범죄 조직에 잠입하는 윤지우 역을 맡아 액션과 누아르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여성 배우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하드보일드 액션 캐릭터였지만, 그는 고강도 액션 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결국은 완성도 높은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이 네임’이 방영된 이후 한소희에 대해 미모 중심 배우를 넘어 장르물에서도 무게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소희는 이후 ‘경성크리처’(2023~2024년)에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드물었던 괴수물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 괴수와 인간의 생존 이야기를 결합한 독창적인 이 작품에서 생존자이자 전투 능력을 갖춘 인물을 연기하며 장르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종종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한소희는 드라마가 전개되는 내내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며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한소희의 변신과 도전은 작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장르물에서 여성 배우가 중심 서사를 끌어갈 수 있음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멜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액션·스릴러·괴수물까지 확장해낸 그는 2020년대 장르물 배우 다변화의 대표적인 주자 중 한 명입니다. 

손석구 - OTT와 극장 넘나드는 스타

손석구는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활동했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넷플릭스 드라마 ‘D.P.’(2021, 2023년)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탈영병을 추적하는 헌병대 장교 임지섭 역으로 출연했는데, 냉정하면서도 불안정한 권력자의 얼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손석구가 맡은 캐릭터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구조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담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손석구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년)에서 ‘구씨’라는 베일에 가려진 신비로운 캐릭터로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D.P.’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군인 이미지와 달리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듬뿍 지닌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장르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강했지만, 배우 손석구가 ‘장르와 비장르를 넘나드는’ 배우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손석구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카지노’에서 장르물 스타 배우로서의 강렬한 존재감을 유감 없이 발휘했습니다. ‘범죄도시2’에서는 빌런 강해상 역을 맡아 액션·범죄 장르에서 압도적인 에너지와 공포감을 선사하며 흥행의 주역이 되었고, ‘카지노’에서는 범죄자를 쫓는 냉철한 형사 역으로 극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또 ‘살인자ㅇ난감’(2024년)에서는 차갑고 날카로운 형사 역할을 맡아 드라마 전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였습니다. 손석구는 현재에도 드라마와 영화, OTT 플랫폼을 넘나들며 장르물의 다변화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OTT 시대 장르 배우’라는 키워드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습니다.

류준열 - 현실과 장르 경계 넘나들기

 

류준열은 2015년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 특정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습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는 장르물에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집니다. 류준열은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휴먼드라마 ‘인간실격’에서 깊은 내면을 탐구하는 캐릭터로 등장해 섬세한 감정을 소화하더니 곧바로 영화 ‘외계+인’(2022~2023년)에서는 판타지·SF 장르에 도전해 전혀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또 다른 영화 ‘올빼미’(2022년)에서는 맹인 침술사 경수를 연기하며 역사 스릴러 장르의 중심에 섰습니다. 류준열이 연기한 경수 역은 시각을 잃었지만 청각과 촉각에 의존해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인물인데, 심리적 긴장과 인간적 고뇌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장르물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배우 류준열의 가치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영화 ‘계시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개척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 민찬 역을 맡은 류준열은 종교인의 광기와 뒤틀린 믿음을 강렬한 연기로 선보였습니다. 시청자들은 류준열이 현재 촬영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들쥐’에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이 드라마는 은둔 중이던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가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정체불명의 인물(들쥐)로부터 삶을 되찾기 위해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와 힘을 합쳐 추격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입니다. 이처럼 류준열은 로맨스 청춘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스릴러·역사극·종교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2020년대 한국 드라마는 배우들의 장르물 도전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활력을 얻고 있습니다. 미모가 돋보이는 한소희는 멜로 이미지를 벗고 액션·괴수물에 도전하며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었고, 손석구는 OTT와 영화 모두에서 장르물 배우의 전형을 제시했습니다. 류준열은 로맨스와 판타지, 스릴러를 넘나들며 배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장르물 속에서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 드라마 산업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장르물의 확장이 더 많은 배우들에게 더 넓은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