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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서사’의 부활과 문화적 의미

by moomoobba 2025. 9. 2.

드라마 '괴물' 관련 이미지

2020년대 한국 드라마는 단순한 해피엔딩 공식을 벗어나 현실적이고 때로는 가혹한 결말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고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드라마에서 부활한 비극적 서사의 의미와 실제 사례, 그리고 시청자 반응과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비극적 서사의 부활 배경 

202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 비극적 서사가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과거 드라마는 ‘착한 사람은 보상받고, 악한 사람은 응징당한다’는 권선징악의 공식을 반복했지만, 오늘날의 사회는 이 공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정의는 늘 승리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러한 현실을 정직하게 담아내기 위해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글로리’(2022~2023년)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가해자가 무너지고 피해자가 행복을 찾는 결말이 아닙니다.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은 끝내 고통과 외로움을 지닌 채 살아가며, 그 과정에서 복수가 또 다른 무거운 짐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피해자 중심주의’와 ‘정의 구현’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고, 단순한 해피엔딩보다 더 진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다른 사례로는 ‘괴물’(2021년)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죄책감, 두려움, 내면의 어둠을 심도 있게 묘사했습니다. 결말에서 범인이 잡히더라도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외견상 정의가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공허함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처럼 비극적 서사의 부활은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가 사회적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드라마는 시청자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종의 사회적 도구로 기능하며, 이는 한국 드라마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사례로 본 결말 해석

비극적 서사의 진정한 가치는 결말에 대한 해석을 통해 드러납니다. 단순히 ‘슬펐다’라는 반응을 넘어서, 왜 제작진이 그러한 결말을 택했는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작품은 깊이를 얻게 됩니다. ‘오징어 게임’(2021년)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함을 풍자했습니다. 결말에서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은 거액의 상금을 손에 쥐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국 그는 게임의 실체를 파헤치러 나서며, 시청자들에게 돈의 허무함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현대 사회 전체가 비극적 구조 속에 있다’는 통찰을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2022년)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드라마이지만, 여러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의 삶은 결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자살을 고민하는 인물,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노년의 모습 등은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모두가 웃으며 행복하게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상처를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비극적 요소가 삶의 진실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오히려 큰 공감을 느꼈습니다. ‘더 글로리’와 ‘괴물’이 보여준 결말은 정의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의와 상처의 지속입니다. 피해자는 복수를 통해 어느 정도 만족을 얻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공허함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범죄자는 응징당하지만, 남겨진 주변 인물들은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과 비극적 구조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작품의 해석 가능성을 크게 넓힙니다. 이처럼 비극적 서사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슬픈 결말’이 아니라, 결말 이후의 삶을 시청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고, 긴 여운을 남기며, 드라마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시청자 반응과 문화적 의미

비극적 서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단순히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며, 작품에 대한 논의와 담론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더 글로리’가 방영될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결말이 너무 무겁다, 피해자가 행복해지는 장면을 원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청자들은 “현실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 결말이야말로 진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 사회의 학교폭력 문제와 피해자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데 이 결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괴물’은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한국적인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작품의 몰입도를 강화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진짜 현실 같아서 더 무서웠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일부는 “보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라며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표출은 이 드라마가 사회적 울림을 남겼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큰 성공만큼이나 그 결말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부는 “기훈이 상금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면 더 깔끔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지만, 더 많은 시청자들은 “결말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충격적이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비극적 서사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낯설면서도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비극적 서사는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결말이 행복하게 마무리되면 시청자는 곧 잊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비극적 서사는 토론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2020년대 한국 드라마에서 비극적 서사의 부활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콘텐츠의 성숙과 사회적 책임을 반영하는 중요한 흐름입니다. ‘더 글로리’, ‘괴물’, ‘오징어 게임’, ‘우리들의 블루스’ 등의 작품들은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담아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깊은 성찰을 유도했습니다. 비극적 결말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즉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오히려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만듭니다. 완벽한 해소 대신 남겨진 여운은 인간 사회의 불완전성과 삶의 모순을 떠올리게 하며,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토론의 장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힘이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불편함을 감수하는 진정성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비극적 서사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담아내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들에게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