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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드라마·영화 경계 흐릿

by moomoobba 2025. 8. 29.

드라마 '수리남' 관련 이미지

2020년대 들어 한국 드라마 산업은 영화와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드라마 배우와 영화 배우가 구분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영화 배우들이 드라마에 주연으로 참여하거나 드라마 배우들이 영화계로 진출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OTT의 확산과 제작비 상승, 글로벌 시청자 확보 전략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드라마가 더 이상 ‘작은 스크린’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 이상의 스케일과 퀄리티로 제작되면서 배우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들의 경계 없는 활동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드라마에 합류한 영화 배우들

2020년대 초반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기존 영화 배우들이 드라마에 대거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드라마 출연을 꺼리던 영화 배우들이 OTT 플랫폼의 성장과 작품의 글로벌 확산을 기회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 ‘신세계’, ‘베테랑’, ‘곡성’ 등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평가받는 황정민입니다. 그는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6부작 드라마 ‘수리남’에 출연하며 새로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서 황정민은 카리스마 넘치는 마약 조직 보스 역할을 맡았는데, 그간 영화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력을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시청자들은 “영화 한 편을 여섯 편으로 나눈 듯하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는 곧 드라마의 퀄리티와 영화 배우의 존재감이 잘 어우러진 결과였습니다. 다른 예로는 한국 여배우의 대표격인 전도연을 들 수 있습니다. 영화 ‘밀양’, ‘비밀은 없다’ 등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2023년 장르와 색깔이 전혀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길복순’과 tvN ‘일타 스캔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드라마 ‘길복순’에서는 고난도 액션을 겸비한 영화적 연출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배우 전도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4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에는 영화 배우로 자리를 잡은 박서준과 한소희가 출연해 또 다른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배우 모두 드라마와 영화에서 동시에 활약하며 한국 배우들의 활동 반경이 장르를 초월하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경성크리처’도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의 세트와 CG를 활용해 드라마 시청자들이 영화적 체험을 하듯 몰입하게 했습니다. 이렇듯 영화 배우들이 드라마에 적극 합류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와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작은 스크린용 콘텐츠가 아니라 영화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메인 무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드라마 스타 배우들의 영화 진출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들이 영화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상호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최근 가장 주목도가 높은 배우 중 한 명은 박보검입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 ‘구르미 그린 달빗’ 등으로 청춘스타의 입지를 굳힌 뒤 드라마 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계로 진출했습니다. 그는 영화 ‘서복’(2021년)과 ‘원더랜드’(2024년) 등에서는 드라마 속 따뜻한 청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캐릭터에 도전함으로써 배우로서의 폭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 출신 배우가 영화라는 더 큰 무대에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한 명인 송혜교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송혜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더 글로리’ 등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이후 영화계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 출연 작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과거 ‘황진이’(2007년), ‘두근두근 내 인생’(2014년)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서 다진 연기력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배우의 활동 영역이 언제든 영화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배우 반열에 오른 이병헌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가장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다시 한번 드라마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낸 뒤 영화 ‘비상선언’(2022),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년) 등에서 주연을 맡음으로써 드라마와 영화계 모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재확인시켰습니다. 최근 세대에서는 배우 김태리가 눈에 띕니다. 그는 영화 ‘아가씨’로 강렬하게 등장한 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더니 다시 영화 ‘승리호’(2021년), ‘외계+인’(2022년, 2024년) 등으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이들의 사례는 드라마 출신 배우의 영화 진출이 한두 명의 선택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흐름임을 보여줍니다. 드라마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고 OTT 플랫폼이 영화 못지않은 제작비와 완성도를 확보하면서 배우들은 매체를 가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는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질적인 성장

배우들의 드라마·영화 경계 희석 현상은 단순히 배우들의 활동 영역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질적인 성장과 글로벌화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OTT 플랫폼의 부상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은 영화급 제작비를 투자해 드라마를 제작하고, 이를 전 세계에 공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배우 입장에서는 더 이상 드라마와 영화를 위계적으로 나눌 필요가 없이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동일한 작업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수리남’, ‘무빙’, ‘경성크리처’ 등은 드라마이지만 영화 이상의 스케일과 연출을 자랑한 작품들입니다. 둘째, 작품의 완성도가 경계 희석을 촉진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간 드라마는 빠듯한 제작 환경 탓에 영화보다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전 제작, VFX 기술 발전, 글로벌 자본 투자 등으로 영화와의 차이가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영화 배우들이 드라마 출연을 망설일 이유가 줄어든 것입니다. 셋째, 배우 브랜드의 다각화입니다. 배우 입장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활약하면서 더 넓은 팬덤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송혜교는 ‘더 글로리’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고, 황정민은 ‘수리남’으로 한국 대표 배우를 넘어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는 배우 개인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전체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배우들의 드라마·영화 경계 희석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현재도 많은 배우들이 OTT 오리지널 시리즈와 영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객과 시청자 역시 더 이상 매체를 구분하지 않고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를 찾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경계 없는 활동이 한국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2020년대 한국 드라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배우들의 드라마·영화 경계 희석입니다. 영화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작품의 품격을 높이고, 드라마 배우들이 영화에 진출해 새로운 무대를 개척하는 과정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OTT의 성장, 제작비와 기술력의 향상,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드라마와 영화는 더 이상 별개가 아니라 배우와 관객이 함께 누리는 하나의 통합된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경계 희석을 통해 더욱 풍성한 서사와 배우들의 다채로운 연기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