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드라마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들 3국의 드라마는 각기 다른 강점과 매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한국, 중국, 일본 드라마의 트렌드와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글로벌 전략과 혁신
한국 드라마는 2000년대 이후 급격한 혁신을 통해 아시아 드라마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섰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오징어 게임’,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동시 방영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최대 강점은 혁신적인 스토리텔링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작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드라마가 멜로물이거나 가족극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스릴러, 판타지 등으로 장르가 대폭 넓어졌습니다. ‘더 글로리’는 복수극의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해 큰 반향을 불렀습니다. 웹툰에 기반을 두고 풍부한 상상력을 펼친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청춘의 도전과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요인이 됐고, 제작자들이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나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4K HDR 등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깨비’는 극의 전개에 핵심적인 장면을 캐나다 퀘백에서 촬영해 이국적이고 웅장한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스터 션사인’의 영화적 화면 구성과 ‘스위트홈’의 첨단 CG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 역량이 얼마나 크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제작 및 후반 작업에서 AI 기반 편집 프로그램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심층적인 서사와 고도화된 제작이 결합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략적 배급이 맞물린다면 앞으로도 글로벌 OTT 플랫폼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스케일과 흥행 전략
중국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큽니다. 자국 내 시청자만 해도 15억 명에 달하고, 경제 규모에 비례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또 홍콩 배우들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스타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장르에서는 웅장한 시대극과 판타지물을 제작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생삼세 십리도화’는 중국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화려한 의상, 압도적인 규모의 세트, 최첨단 시각특수효과(VFX)를 활용해 시청각적 만족도를 극대화했습니다. 그 결과 한류 드라마 못지않은 해외 수출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진정령’은 도교적 세계관, 무협, 브로맨스를 감각적으로 결합시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미국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중국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IP 드라마화 전략입니다. 다른 나라 작품이라도 이미 두터운 팬층이 확보된 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해 더 큰 흥행을 노리는 것입니다. ‘유성화원’은 일본의 유명 만화 <꽃보다 남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중국과 대만에서 연이어 제작됐습니다. 최근에는 사극에 첨단 CG와 모션 캡처 기술을 접목해 비주얼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드라마는 50부작을 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긴 호흡의 서사를 선호합니다. 이는 시청자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극의 전개가 늘어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중국 드라마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뿐만 아니라 톈센트 비디오, 아이치이 등 자국 OTT를 통한 해외 배급을 확대하면서 아시아 드라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일본: 감성과 차별화된 매력
일본 드라마는 특유의 섬세하고 미니멀한 감성이 두드러집니다. 한국 드라마의 혁신적인 변화, 중화권 드라마의 압도적 스케일과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고독한 미식가’, ‘언내추럴’, ‘코드 블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는 대체로 10~12부작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스토리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가 큽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즐거움과 인간적인 면모를 포착해냄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는 시즌 11까지 연이어 제작될 수 있었던 힘입니다. ‘언내추럴’은 이전까지는 다소 생소했던 법의학을 소재로 인간의 생과 죽음을 담담하게 다뤄 ‘웰메이드 일본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고,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드라마의 특징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현실적이고 세밀한 심리 묘사입니다. 과장된 감정보다는 절제와 은유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며, 등장인물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와 ‘중쇄를 찍자!’와 같이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룬 작품들은 특히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차분한 연출과 인간 중심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일본 드라마는 최근 넷플릭스와 협력해 오리지널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 동남아시아와 유럽에서 꾸준히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아시아 드라마는 한국의 혁신적인 제작 역량,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과 자본력, 일본의 섬세한 감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앞으로도 각국의 드라마는 장르의 확대와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실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넓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OTT 플랫폼의 발전과 스트리밍 기술의 혁신은 각기 다른 문화적 색채와 독창적인 연출 기법을 가진 아시아 3국의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들과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