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한국 드라마는 ‘닫힌 결말의 완성’보다 ‘열린 결말의 가능성’을 택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모호함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해석을 이끌어내고, 토론과 참여를 유발하는 새로운 서사 전략입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 관련 이야기가 계속되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시청자들에게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측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래에 방영된 드라마들의 사례를 통해 ‘열린 결말’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긴장감과 해석의 힘
예전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해피엔딩이나 새드엔딩처럼 결론을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캐릭터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며, 작품이 끝난 후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도록 하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오징어 게임’입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막대한 상금을 손에 쥔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다가 결국은 게임을 주최한 세력을 막기 위해 발걸음을 돌립니다. 이 장면은 시즌2 제작을 염두에 둔 복선이었지만, “돈보다 인간다움과 정의를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기훈이 영웅적 싸움을 시작했다고 해석했고, 다른 이들은 그가 또 다른 게임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말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해석과 토론이 가능했고, 이는 드라마가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열린 결말의 매력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주인공들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를 선택하는 장면까지는 보여주지만, 이후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현실 속에서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입니다. 단순한 동화적 해피엔딩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치유 이후의 삶도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범택시 2’는 정의 실현의 방식에 대해 열린 결말을 남겼습니다. 주인공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자들을 처단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지만, 마지막 회에서는 “과연 이런 방식의 정의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강력한 정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시청자들은 법치주의를 벗어난 위험한 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드라마 속 열린 결말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기능한 것입니다. 이처럼 열린 결말이 주는 긴장감은 단순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시청자 각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대입해 결론을 내리도록 만드는 능동적 경험입니다. 이는 시청자와 콘텐츠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OTT 시대에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열린 결말의 사례와 의미
한국 드라마의 열린 결말은 작품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완전한 끝맺음 대신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석(이병헌 분)이 과거의 상처와 가족 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결론을 맺었지만, 이후의 삶이 완전히 행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열어 두었습니다. 이는 “삶은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열린 결말의 힘을 일상의 서사에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논란 속에서도 열린 결말을 택한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환생한 주인공의 복수가 완벽히 끝나지 않고, 현실 속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해석이 남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원작을 배반한 결말”이라고 비판했지만, 다른 시청자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교차시키는 열린 서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이 해석 가능성과 동시에 논란을 부를 수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경성크리처’도 열린 결말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며 시즌1이 마무리될 때 주인공들의 생사와 이후 역사의 전개가 불분명하게 남겨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즌2를 예고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근대사가 가진 상처와 개인의 운명을 연결하는 해석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주인공은 과연 살아남았을까” “이 이야기는 역사적 비극과 어떻게 이어질까” 등 시청자들의 의견 교환이 활발했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메시지는 더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내 서열 경쟁과 집단 괴롭힘 문제를 다루면서도 마지막에 게임이 완전히 끝났는지, 새로운 권력 구조가 다시 시작될지 등은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일부 캐릭터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남겨둠으로써 시청자들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결국 폭력의 구조는 반복된다”라는 비관적 해석과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라는 긍정적 해석이 공존하게 한 것입니다. 이렇듯 실제 방영된 드라마들에서 열린 결말은 단순히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삶의 불완전성, 사회적 질문, 역사적 해석을 남김으로써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넓히고 소통을 강화하는 전략의 의미가 강합니다.
열린 결말의 장단점과 미래
열린 결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작품이 끝난 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SNS에서 해석과 토론이 이어지며 콘텐츠의 수명도 연장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해석 영상이 만들어지면서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열린 결말이 시즌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OTT 시대에 시즌제 드라마가 늘어나는 흐름과 맞물려 열린 결말은 필수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시청자 모두가 열린 결말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결말이 다소 애매하거나 원작의 내용과 달라질 경우 일부 시청자들은 “작가가 책임 있게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라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열린 결말이 효과적일 때는 당연히 작품의 가치를 높이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경우 실망감을 안길 위험성도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한국 드라마는 이런 상반된 평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열린 결말은 단순히 결론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서사 구조와 메시지에 부합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글로리’에서 열린 결말은 복수의 완성보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고, 이는 평론가들과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맥락과 서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결말을 흐린다면 ‘불친절하다’거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2025년 현재 열린 결말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어, 명확히 닫힌 결말보다 각자 해석할 여지를 남기는 열린 결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공감대 형성에도 유리합니다. 따라서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도 열린 서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동시에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에 맞는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2020년대 한국 드라마는 ‘닫힌 결말의 완성’보다 ‘열린 결말의 가능성’을 택하며 새로운 서사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여러 드라마들은 모두 결말에서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시청자들이 작품이 종영된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했습니다. 열린 결말은 미완성 서사가 아니라 시청자들과 함께 완성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시대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일부에서는 불친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그런 비판도 작품에 대한 토론과 관심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열린 결말을 통해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며, 시청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독창적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