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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 특징 (시장, 반응, 전략)

by moomoobba 2025. 7. 15.

드라마 '태양의 후예' 관련 이미지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는 산업적 측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수출 시장을 확장해 왔습니다. ‘K 드라마’의 수출은 드라마 판권 거래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전략, 문화 로컬라이징, 글로벌 팬덤 형성 등 다각도의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 드라마 수출의 주요 시장과 시청자 반응, 글로벌 진출 전략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요 수출 시장과 유통 채널

한국 드라마의 수출 시장은 크게 아시아권, 북미권, 유럽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아시아 시장은 2003년 일본 NHK에서 ‘겨울연가’가 방영된 것을 기점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이후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한국 드라마 수출 시장의 기반도 탄탄해졌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두터운 한류 팬덤을 기반으로 한 한류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이 두드러집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2016년 이후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오리지널로 제작해 공개하기 시작했고, 미국과 캐나다의 시청자들을 겨냥해 자막 버전과 더빙 버전을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을 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킹덤’과 ‘오징어 게임’입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미국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북미 전체 시청 순위 1위에 올랐고, 이후 전 세계 9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이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 편의 ‘웰메이드 드라마’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연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한 것입니다.

출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유럽 시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폭넓은 시청자층을 만들어냈습니다. 최근에는 ‘환혼’,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BBC와 ZDF 등 영국과 독일의 주요 공영방송은 한국 드라마의 편성을 늘리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위한 별도 코너를 운영하는 OTT도 생겨났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유통 채널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입니다. 1차 판권을 선점한 글로벌 OTT는 현지 플랫폼과 동시 방영, 배급 시차 조정 등의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기존 케이블TV와 위성채널 수출 비중은 크게 감소한 반면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외 시청자 반응과 문화적 수용

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은 단순한 시청률이나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현지 대중문화와 적극 어우러지며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국가적 경계를 넘는 문화 교류의 창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미권 시청자들은 ‘킹덤’에서 한국 사극과 좀비물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결합을 경험하며 환호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소비층이 기존 한류 팬덤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 팬덤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된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상징적으로 담아낸 경제적 불평등과 무한경쟁 사회의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은 미국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방영 4주 만에 역대 최다인 1억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했을 정도입니다. SNS에는 주요 장면을 뒤틀어 표현한 밈(Meme)이 넘쳐났고, 핼러윈 기간에는 관련 의상들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비평 매체와 학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대중문화의 본산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 사회문화적 담론을 주도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성취로 평가할 만합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와 청춘 성장물에 대한 반향이 컸습니다. 특히 ‘이태원 클라쓰’에 대한 프랑스 2030세대의 지지는 절대적이었습니다. 드라마 OST와 주연배우들의 패션은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드라마의 한 축인 이민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서사가 유럽의 다양성, 포용성 가치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문화적 차이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가 장기간 넷플릭스 상위권에 랭크됐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한류의 영향이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특히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감정적 몰입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인 드라마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태국에서 넷플릭스 최장기 1위를 기록했고, 필리핀에서는 드라마 엔딩곡이 라디오 차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방영되면서 정신건강과 치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됐습니다. 주요 SNS에는 각국의 팬들이 한국 드라마 속 대사와 주제를 담아 제작한 짧은 클립과 밈이 넘쳐납니다. 

한국 드라마의 수출은 각국의 관광과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도 ‘겨울연가’ 촬영지를 방문하는 관광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최근에는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 투어도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드라마 속 음식과 패션,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한국식당 방문, 한국어 학습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수출 전략과 현지화 사례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수출은 판권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OTT 플랫폼 선점, 현지화, IP(지식재산) 확장 및 파생 콘텐츠 생산, 글로벌 프로모션 등 다양한 전략에 따라 추진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OTT 선공개입니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2016년 이후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단일 국가에 대한 수출보다 전 세계 동시 공개를 추진했습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배급을 전제하게 된 것입니다. ‘킹덤’, ‘오징어 게임’, ‘지옥’은 제작비 지원과 글로벌 마케팅을 보장받아 기존 방송사 중심의 드라마 제작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기획됐고, 그 결과 한국 드라마는 ‘국가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 장벽을 줄이고 문화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현지화 전략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영어 자막만 붙여서 드라마를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글로벌 OTT와의 협력으로 수십 개 언어의 자막 및 더빙 버전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30개 언어로 자막 및 더빙 버전을 제작해 190개 국가에 서비스했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25개 국가에서 현지어로 편집된 예고편과 마케팅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일본의 Hulu Japan, 태국의 Viu, 베트남의 VieON과 같은 현지 플랫폼과의 협업은 충성도가 높고 지속가능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한 방안입니다.

IP 확장과 파생 콘텐츠 생산 전략도 주목할 만합니다. 단순히 한 편의 드라마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드라마 방영을 시작하면서 소설과 만화 출간, OST 앨범 발매, 굿즈 판매, 팬미팅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 리메이크 작품은 원작 IP를 현지 문화와 감성에 맞춰 변주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웹툰, VR 콘텐츠 등으로 IP를 확장하는 시도도 활발합니다.

글로벌 프로모션과 마케팅 전략의 혁신도 두드러집니다. 사실상 입소문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규모 사전 마케팅이 필수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전광판,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에 대형 옥외광고를 설치했고, 유명 유튜버와 틱톡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선공개 시사회도 진행했습니다. ‘킹덤’은 프리미엄 콘텐츠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은 아시아에서 출발해 미국과 유럽까지 확장되는 동안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를 높이고 ‘K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OTT 플랫폼 선점, 철저한 현지화, 독창적이고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텔링, 수준 높은 제작 역량이 결합한 결과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도 다양한 OTT와 협력하며 새로운 장르와 포맷에 적극 도전함으로써 전 세계 시청자들의 문화적 공감대를 확장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