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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말하다

by moomoobba 2025. 8. 4.

 

드라마 '해피니스' 관련 이미지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들 중에는 청년 실업과 주거 불평등, 감염병, 사회적 단절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안을 직접 다루는 작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드라마도 더 이상 판타지나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변화와 시대상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소재들을 정면으로 다루는 건 시청자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는 효과도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며 시대 상황을 과감하게 다룬 드라마들을 청년 실업과 불안정 노동, 주거 불평등과 부동산 문제, 팬데믹과 사회적 단절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청년 실업과 불안정 노동

2014년에 방영된 ‘미생’은 한국 드라마 중 청년실업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선구적인 작품입니다. 젊은 세대 주인공의 시각에서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 불안의 문제를 대단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계약직의 불안정한 지위, 성과주의 압박, 회사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 2030세대가 직장에서 겪는 고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특히 프로 바둑기사의 꿈을 접고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주인공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대체 가능 자원”이라는 대사는 많은 청년층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청년 빈곤과  노동 착취 문제를 감성적인 뮤지컬 형식에 담아낸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빈곤과 불안정 노동의 문제가 10대 청소년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여고생 주인공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모습, 학교에서도 공부보다 일상의 삶의 문제를 더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마법을 믿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데, 이는 꿈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은유적 비판입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청년 창업과 계층 간 불평등을 적극 조명한 작품입니다. 드러마는 주인공의 억울한 퇴학과 교도소 복역, 원양어선 승선, 식당 창업 등의 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불공정한 기회 구조와 대기업 중심 경제 질서에 저항하며 스스로의 길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냈습니다. 복수극의 요소가 짙지만 이를 뛰어넘는 사회적 메시지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들 드라마는 현실적인 직장과 노동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청년 세대가 겪는 생존과 좌절과 도전을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주거 불평등과 부동산 문제

한국 사회에서 주거와 부동산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이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주거 불평등과 빈곤 문제도 정서적으로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20대 청년인 여자 주인공이 반지하 단칸방에서 병든 할머니와 힘들게 사는 모습, 다른 가족이나 사회적 돌봄에서 소외된 채 매일 생존을 고민하는 모습, 극도의 경제적 불안정과 불법 추심에 시달리는 모습 등이 어렵게 사는 모습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은 포근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고립과 소외를 상징하는 장치입니다.

‘사랑의 이해’는 은행을 배경으로 부동산 대출, 주거 마련, 계급 격차를 세밀하게 묘사한 현실극입니다. 주인공은 가족의 빚과 본인의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자가 주택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한 동료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부모의 지원 아래 주거 문제를 쉽게 해결합니다. 겉보기에는 같은 은행원으로 비슷한 경제적 상황에 있을 것 같지만, 계층의 차이와 주거의 안정성에서 오는 삶의 여유나 관계 유지의 차이는 너무도 선명합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3’에서는 응급의료센터 신축 추진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체와의 갈등이 등장합니다. ‘의료 = 공공재’라는 의사들의 신념과 ‘병원 = 수익이 우선’이라는 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부동산 중심 사고를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처럼 최근 드라마들은 주거 문제를 극의 배경으로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의 삶의 질과 사회적 불평등, 정체성과 연결된 핵심적인 갈등 요소로 다루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집이 단순한 주거 공산이 아니라 존재를 규정하는 조건이자 인간관계의 경계선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팬데믹과 사회적 단절

2019년 말부터 2년 넘게 지구촌 전체를 휩쓴 ‘코로나19’ 광풍으로 우리의 일상에는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단절일 것입니다. 팬데믹을 다룬 드라마들은 이런 변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립과 인간 본성, 공공 시스템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이러스가 학교를 중심으로 퍼진 뒤 학생들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내는 모습, 행정 시스템의 무능한 대응과 사회 전체의 생존 우선주의 등은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공동체의 붕괴를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해피니스’는 팬데믹 상황을 본격적으로 반영한 대표작입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발생한 도심의 고층 아파트가 봉쇄된 뒤 외부와 단절된 주민들 간 불신과 이기심, 갈등 상황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드러마는 주인공들이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도 인간성과 공동체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팬데믹 이후 사회가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를 묻습니다. ‘한 사람만’은 말기 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병동 생활을 다루면서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고립감과 삶의 유한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 예고된 죽음의 시간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단절의 감각과 깊이 연결됩니다.

이들 작품에는 모두 팬데믹이나 바이러스가 등장하지만, 이에 대한 공포를 넘어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에 주목합니다.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의지와 일상의 회복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원동력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드라마의 사회적 진화

한국 드라마가 사회적 이슈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반영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청년 실업, 주거 불평등, 감염병과의 단절 등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실상이며, 드라마는 이를 픽션이라는 틀 속에서 정제하고 재조명함으로써 감정적 공감과 사유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현실 기반의 서사는 드라마가 사회와의 ‘대화 창구’로서의 기능에도 적극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사회적 현실이 이야기로 재현될 때 시청자는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되새기거나 다른 사람의 삶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담론의 형성과 공론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더 많은 사회적 맥락과 이슈를 반영함으로써 성찰적인 메시를 전하는 콘텐츠로 진화하기를 기대합니다.